유럽에는 왜 고층빌딩이 없을까?
1. 유럽인의 고층 건물에 대한 거부감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이 에펠탑 내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자주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파리에서 에펠탑이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는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이 얼마나 고층 건물을 싫어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통계적으로도 유럽의 고층 빌딩 수는 다른 대륙에 비해 현저히 낮다. 세계 인구의 9.6%를 차지하는 유럽은 세계 GDP의 21%를 생산하지만, 전 세계 고층 빌딩(150m 이상)의 비율은 3%에 불과하다. 특히 이들 건물의 70%는 런던, 파리, 모스크바, 프랑크푸르트, 이스탄불 같은 일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2. 유럽 도시의 역사적 배경
유럽의 도시는 수백, 심지어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해왔다.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시작된 도시 구조는 로마 시대를 거쳐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를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오랜 역사 속에서 도시의 중심에는 항상 광장과 성당이 자리했다.
이는 곧,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이미 수백 년 된 건축물들로 가득 차 있다는 의미다. 런던,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는 2,000년 이상의 건축 양식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적인 고층 건물이 들어설 여지가 적다.
3. 고층 건물의 필요성이 없었던 유럽
고층 빌딩은 19세기 시카고에서 처음 등장했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뉴욕, 도쿄, 서울 같은 현대 대도시는 같은 이유로 마천루를 건설해야 했다. 그러나 유럽의 도시는 수백 년에 걸쳐 천천히 성장했으며, 성벽을 허물고 공간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많은 도시가 파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인들은 새로운 마천루를 세우는 대신 역사적인 건물을 복원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이었으며, 대성당과 궁전 등 과거의 건축물을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4. 문화적 차이와 건축 규제
고층 빌딩은 한때 미국에서 유럽에 대한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상징으로 여겨졌다. 뉴욕과 시카고의 마천루는 기술적 발전과 경제적 성공을 나타내는 현대적 상징이었다. 반면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건축과 도시 경관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러한 차이는 건축 규제로도 이어졌다.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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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시내에서 12층 이상 건축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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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세인트폴 대성당, 빅벤,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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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1980년대까지 교회보다 높은 건물 건축 금지
이러한 규제는 도시의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려는 강한 의지에서 비롯되었다.
5. 유럽의 변화와 미래
최근 들어 유럽에서도 고층 빌딩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박스 형태의 빌딩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디자인의 현대 건축물이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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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더 샤드(The Shard)" 같은 초고층 빌딩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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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라데팡스(La Défense) 지역을 현대적 고층 건물 밀집 지구로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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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독일 내 금융 허브로 성장하며 고층 빌딩 건설 증가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도 유럽의 도시화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유럽의 스카이라인도 점진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전히 전통적인 도시 경관과 현대적 마천루 간의 조화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유럽의 도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대적인 고층 빌딩이 자리 잡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다. 도시 경관과 문화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유럽인들은 전통 건축물과의 조화를 우선시하며, 엄격한 건축 규제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대적인 도시화와 건축 기술의 발전에 따라 유럽도 점차 고층 빌딩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유럽이 어떻게 전통과 현대적 마천루의 균형을 맞춰 나갈지 기대된다.